이재욱 춘천생협 전 이사장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가 UN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하지만 지난 해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이 이러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춘천에서도 이 달 14일까지 강원도풀뿌리기업민관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협동조합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이 땅에 협동조합이 들어온 것은 한 세기가 되어가지만 일제시대에 말살되었던 단절의 경험이 있고 해방 후에는 관제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협동조합의 취지나 원리는 왜곡되었다.
우리 강원도는 자발적 협동조합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던 지역이다. 자발적 협동조합인 신용협동조합이 원주의 사회운동가들에 의해 광산촌에서 시작되었고 소비자협동조합이나 생활협동조합이 강원도에서부터 뿌리를 내렸다.
춘천에서도 1990년대에 춘천소비자협동조합과 봄내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두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춘천생활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춘천권에는 이외에도 춘천시민생협과 춘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여 활동을 하는 원주한살림생협도 있다고 해야 하겠다.
춘천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이렇게 다수의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래 취지인 공동 자산의 형성을 기초로 한 공유경제의 실현이나 확대를 제대로 이루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앞에서 쓴 것처럼 오랫동안 우리 역사에서 협동조합운동이 단절되고 사적 소유 경제만 발전하여 시민들이 함께 자산을 만들어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자산형성(출자)에 매우 인색함은 물론 출자를 ‘우리’의 재산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나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이용비용이나 기부같이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 있는 자산의 형성은 지난한 일이 된다.
춘천생협의 경우 지역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생산자와 시내의 소비자들이 함께 ‘내 고장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래서 초기의 조합원들은 매장을 만들고 차량이나 사무용, 공급용 집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다. 초심이 흐려지면서 출자에 대한 인식 부족이 고개를 들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내 고장의 안심할 수 있는 농업생산을 우리가 지킨다’는 긍지가 뿌리내리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을 게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광우병 소’가 문제로 드러난 나라의 쇠고기가 계속 수입되고 있는가 하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피해서 밥을 먹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가 섭취하거나 이용하는 농산물의 75%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 살아가는 나라에서 우리 지역에 상당한 농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을 시민들이 함께 지켜내고 살리는 일을 하자는 것이 춘천생협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역에 농업기반을 가지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타지의 농산물, 수입된 외국의 불안한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지금처럼 석유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면 다른 나라도 농산물 생산비가 계속 오를 것이고 또 수송비도 올라서 비싼외국 농산물을 사 먹을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 때 지역의 농업을 살려서 춘천 시민들의 밥상을 채우기에는 너무 늦다.
춘천시민들이 우리지역의 농업을 지켜내고 안전한 먹을 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협동조합의 자산을 키우고 조합원을 늘리면서 구매력을 높여 지역 농민들이 신뢰감을 가지고 같은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 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
춘천생협은 6월을 조합원 확대의 달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6월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예비조합원들도 생협을 이용할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으로 지역의 농업과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고 다양한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어 지역의 경제를 함께 일으키는 일을 같이 추진해 보면 좋겠다.
올해는 특히 협동조합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이나 협동조합법 설명회 등 협동조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이 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라는 공유경제를 통해서 함께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