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북면 굴 생산 단지에 들어선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가장 허름해 보이는 굴밥집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가게 안에는 아주머니 네 분이 두런두런 식사 중이다.
“굴밥 되남유?”
“한 30분은 지달리셔야 돼아유.”
“지달리쥬 뭐.”
“시장하실텐데, 그러지 말고 지덜이랑 한 숟갈 같이 하실튜?”
“지야 고맙쥬”
“근디 워디서 오신대유?”
“춘천유”
“강원도유?”
“그렇슈, 강원도 춘천.”
“아따따! 어떻게 자전거 타고 여그까지 오신대유. 직장은 휴가 내셨슈?”
“읍슈.”
“아…….근디 몇 살이나 드셨슈? 바가지 벗으니께 더 젊어 뷔시네유.”
“68년 잔나비띠 유.”
“워메, 그람 저 **이 아빠랑 동갑인디 아자씨는 총각이구만, **아빠는 쭈글쭈글 헌디.”
“총각이구먼유.”
“그렇쥬? 총각이니께 여행도 맘대로 다니고 그러쥬? 이것도 좀 드셔보시구 많이 잡숴유.”
“네, 고맙슈.”
고봉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커피 드슈. 숭늉 커피 드셔 보셨슈?”
“숭늉 커피라고유?”
“우덜은 숭늉에 커피 타 먹슈. 맛있슈.”
“히야, 구수하구만유. 밥값은 안 받을 거쥬?”
“이렇게 드리고 워터게 돈을 받어유? 가게 명함 가지고 가셨다가 담에 오시는 꼭 또 오슈. 그럼 돼유.”

여행 이야기를 글로 좀 써보려고 하는데 그때 이집 이야기를 꼭 넣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게 안 사진 몇 장 찍겠다고 했더니 분주하게 식탁을 닦고 치운다. 아주머니가 가게 안을 단장하는 동안 만 원짜리 한 장을 계산대 장부 밑에 살짝 끼워두고 나왔다. 숭늉은 본연의 구수함을 커피를 만나서도 잃지 않았다. 커피는 숭늉을 침범하지 않고도 잔 속 가득 자기 향을 머금고 있다. 和而不同의 숭늉커피를 마셨다.
천수만을 둘러보고 보령호방조제를 다시 건너 대천항 쪽으로 간다. 바다와 나란히 난 길로 접어드는 언덕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데, 바다가 빠끔하게 보이는 곳으로 연기 같기도 하고 안개 같기도 한 하얀 수증기들이 무리지에 피어나고 있었다.
‘해수온천인가?’ 가까이 가서 자전거를 세우고 본다. 해무다. 안개가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갯벌 위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안개의 흐름은 황홀경이다. 마음이 달뜬다. 얼른 자전거에 올라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니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안개가 더 넓게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낮게 깔려 흐르고 있다. 점심시간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같다, 고 생각했다.
그란마호에서 내려 육지로 잠입하는 카스트로의 쿠바혁명군 같았다. 저 안에 체 게바라가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안개와 ‘동반남하’ 한다.
대천항을 거쳐 대천해수욕장으로 갔다. 여름이 아닌데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넓은 모래밭 바로 앞으로 산책길과 자전거 길이 나란히 나 있고 길 건너는 식당과 숙박업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꼴불견이다. 차들과 사람들로 뒤엉킨 길을 뚫고 무창포로 페달을 재게 돌렸다.
천수만에서의 무상급식으로 점심밥을 할 때까지 느꼈던 충청도의 시골 정취는 대천과 무창포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대천에서 발동하기 시작한 아킬레스건의 통증은 무창포로 가는 동안 급격하게 번진다. 무창포는 주꾸미 축제로 들썩이고 있었다.
해변에 몽골텐트를 세워 차린 주꾸미 축제 식당에서는 만취한 아저씨의 장밋빛 스카프가 볼륨 ‘이빠이’ 올린 스피커를 타고 사람들의 귀를 찢어놓고 있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나가 오늘 여기서 멈출지 더 갈지 고민에 빠진다. 무창포 바다는 천수만에서 동행한 안개가 먼저 와서 점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