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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위한 4대 권력 해부
책이야기 『서초동 0.917-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
MB정권 들어 온갖 악행 일삼는 검찰에 대한 분노,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써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한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쓰일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선임료를 댈 수 없으면 국가가 변호인을 선임해 드립니다.”

 시카고 소재 방송통신대학 라살레 유니버스티를 나온 삼류변호사 ‘앨빈 무어’는 1963년 집으로 돌아가던 19세 소녀를 납치해 강간하고 돈까지 뺏은 인간 쓰레기 ‘어네스토 미란다’의 국선변호인이 된다. 미란다는 순순히 자백했고 재판에 회부됐으며 당연히 큰 벌을 받아야 했다. 때마침 미국 전역에 좌파바람이 불 때였고 진보적인 사법부 수장이었던 얼 워렌은 신문(訊問) 전에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 받지 못한 점을 이유로 미란다 판결을 취소한다. (미란다는 무죄선고 후에 다른 강도 사건으로 45년 선고를 받는다.) 앨빈 무어는 미란다를 동정한 것이 아니었다.
▲<서초동 0.917-빙산을 부수다,사법개혁>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지음 | 책과함께 펴냄

 
 형사재판의 속성을 국가와 가난뱅이의 싸움으로 바라본 것이다. 1966년, 이제는 거의 모든 문명국가의 사법 원칙이 되어 버린  ‘미란다 워닝’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마침내 경찰과 검찰과 변호사가 바빠진 것이다. (미란다 사건 이전에는 ‘고문 매뉴얼’이 전해질 정도였다)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숨어있는 결함을 찾아 4명의 법학자들이 모였다. ‘서초동 0.917(책과 함께 펴냄)’ 은 저자들의 말대로 제도의 모순이 빙산의 일각(0.083)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준다. 사법제도를 수면 아래로부터 떠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 즉,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란 뭘 하는 사람들인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그들만의 리그- 법원개혁’에서는 판사 사회내부에서 온갖 요직을 독차지하는 법원 행정처의 처사에 대해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다. 법원을 폐쇄적인 관료조직으로 만드는 행정처가 재판사무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의 신뢰성을 높여 사실판단은 1심에서, 2심은 법률적 문제만을 판단하는 것을 제안한다. 통일된 구속/불구속 기준을 정립하고, 늘어지는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집중심리제 도입을 주장한다. 또한, 법원신뢰를 위한 양형기준의 범위를 통일하고 국민참여 재판을 확대해야 함을 역설한다.

 ‘남의 나라 검사-검찰개혁’에선 낡은 수사, 정치검찰의 상징인 대검중수부 해체를 필두로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격인 대통령 직속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해체하고, 상시적이며 독립적인 특별검사제의 확대를 제안한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법률로 제도화하여, 정치로부터 독립하고, 검찰  민주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사법개혁에서 잊힌 권력- 경찰’편 에서는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를 시작으로 치안이나 수사목적이 아닌 상부에 보고하는 민심동향파악 성격의 민간인 사찰을 일삼는 정보경찰의 폐해를 지적한다. 비대한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경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한다. 경찰대학 출신의 소수 엘리트들이 독점하고 있는 경찰내부의 위계를 지적하며, 경찰대학의 연수기관화, 전문기관화를 피력한다. 

 온갖 법률용어가 난무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었고 무엇보다도 쉬웠다. MB정권 들어 온갖 악행을 일삼는 검찰에 대한 분노와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써낸 ‘서초동 0.917’은 힘없고, 빽 없고, 돈 없는, 우리 민초들이 꼭 봐야할 책이다. 재량의 축소와 법의 강화! 엉성한 틈 사이에 생긴 빙하를 반드시 깨야한다.

강원희망신문 2012.07.27(금) 12:49 강원희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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