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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홍상수 <다른 나라에서>

 



그의 영화는 건축보다는
  ‘자연주의 요리’에 가깝다.
     맛은 물론 영양까지 풍부한.


 



 많은 국내 영화학도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향을 받아 마치 프랜차이즈라도 되는 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기현상을 오래전부터 목격해왔다. 그런데 그의 체인사업은 이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칸 영화제’를 여덟 번이나 가고도 별 감흥을 못 느낀다는 홍상수의 모든 것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많은 영화 선배들이 그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과 <강원도의 힘>을 그의 작품중 최고로 꼽지만 나는 <오! 수정>과 <생활의 발견>을 가장 좋아한다. 호불호는 그의 작품마다 갈리지만 대체로 그의 영화가 큰 편차가 없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관계의 변주, 상황의 디테일, 누구나 겪을 만한 일상의 단편들을 영화로 만들어내는 그의 날카로운 재주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신비로운 힘이 있다. 

 5월 마지막 날에 개봉하여 6월 내내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난 홍의 신작 <다른 나라에서>는 찍을 장소를 정하고 우연히 인연이 닿은 이자벨 위페르를 주인공으로 정한 후 할 수 있는 얘기가 뭘까 고민하던 끝에 촬영기간 아침마다 쪽 대본을 쓰고 만든 작품이다. 이자벨이 1인3역의 안느로 나오는 것도 촬영 2~3주전에 정해진 것이니 말 다했다. 

 보통의 영화감독들이 영화를 ‘건축’과 같은 과정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그의 영화 만들기는 건축보다는 자연주의 요리에 가까운 것 같다. 인연이 닿는 재료들로 영감에 의지해 뚝딱 만들어내는 그의 요리는 독특하고 맛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양까지 풍부하다. 홍쉐프는 재료들로 만들어질 요리의 맛과 모양을 재료가 손에 잡히는 순간부터 알고 만드는 전 세계 유례없는 최고의 쉐프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빚 때문에 엄마와 함께 모항으로 쫓겨 내려온 영화과 학생의 작은 노트에서 시작된 영화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 놀러온 외국 여인에게 들이대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항으로 놀러온 권해효, 문소리 감독 부부와 동행한 외국 여자 감독 안느(이자벨 위페르). 감독 권해효는 안느에게 독일 놀이터에서의 키스신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두 사람의 관계를 애틋하게 몰아가려고 하고, 그의 부인 문소리는 만삭의 몸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해상 경비원 유준상은 느닷없이 나타난 외국 여인에게 노래까지 만들어 주며 호의인지 추근거림인지 경계를 오간다. 세 가지의 단편을 같은 배경과 배우들로 엮어낸 영화는 유명한 감독 안느의 이야기, 한국 감독과 몰래 사귀고 있는 유부녀 안느 이야기,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뺏긴 이혼녀 안느 이야기로 연속된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원주(정유미)의 펜션에 머물고 있는 그녀들은 매번 비슷한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원주에게 우산을 빌리고, 등대를 찾아 해변으로 나가고, 날이 맑으나 궂으나 수영 중인 안전요원(유준상)을 만나 불통이지만 경쾌한 대화를 나눈다.

 <하하하>만큼 유쾌하고 <북촌방향>만큼 보는 이들의 삶과 공명현상을 일으키지만 어딘가 모르게 현격히 쓸쓸한 <다른 나라에서>는 깨진 소주병, 비와 파도, 등대의 아련하면서도 평범한 기운들과 함께 맞물려 깊은 느낌을 전한다. 
 
 하루, 하루 단순하지 않은 삶, 모순되고 설명되지 않는 삶의 복잡함을 스크린위에 구현해내어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영화철학은 그의 영화를 매번 기다리는 팬들,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픈 배우들, 작업을 함께 하고픈 스태프들, 그의 영화를 초청하고픈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두루두루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를 경배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대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조차 홍상수의 영화 속에선 그녀가 가진 사회적 존재 따위와는 상관없이 ‘남녀상열지사’에 목마른 존재에 불과해진다.


강원희망신문 2012.07.27(금) 12:40 허준일 춘천독립영화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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