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일 춘천독립영화협회 대표
얼마 전 TV에서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것이 인생의 오점으로 남았다며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았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 부끄럽다는 것이 아니라 대표로써 소속가수출신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된 일이 그에게는 일종의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방송에 앞서 극장가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데인저러스 메소드>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의 대가들인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동 정신 분석의로 거듭난 여인 ‘슈필라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융이 유부남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환자로 치료, 보호 중이었던 슈필라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전개되는 금기에 대한 강한 욕망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싶은 것.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하고 싶은 이러한 강한 충 동은 주로 섹스와 마약, 폭력에 대한 욕망 등으로 돌출된다. 융은 강한 끌림으로 슈필라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그들의 성(性)은 일반적인 형태를 넘어서 가학과 피가학의 변태적인 성행위로까지 확대 된다. 욕망은 타는 목마름으로 말미암아 끓어오르면 오를수록 수위를 높여만 간다.
이러한 리비도(Libido:성적욕망)를 좀 더 쉽게 보여주는 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있다. 살인과 리비도를 억누르려고 발버둥치는 신부의 모습에서 그것들에게 잠식당한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 상현(송강호 분)에게 금기에 대한 욕망을 강요함으로써 <데인저러스 메소드>와 한줄기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히스레저가 열연한 영화 <캔디>와 스티븐 킹이 극찬했던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는 마약에 관한 영화이다. <캔디>는 헤로인의 비속어이자, 주인공 ‘댄’(히스레저 분)이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이다. 캔디(헤로인)는 위험한 유혹이자 파멸로 가는 길인 것과 동시에 댄과 ‘캔디’(애비 코니쉬 분)의 사랑을 깊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이다. 이 작품은 수많은 마약 소재의 영화중에서도 금기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 지를 단적으로 가장 잘 묘사한 감각적인 영화이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는 천재 화학자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가족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없게 되자, 마약을 제조하는 업자로 이중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그에게 욕망은 마약을 팔아서 돈을 남기는 것이고 그 돈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질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과 사회의 입장에 서면 이유야 어쨌든 그는 하지 말았어야할 범죄, 마약을 제조하는 금기를 어긴 범법자가 되어버린다.
폭력이라는 금기에 관한 욕망을 다룬 영화는 너무나도 많다. 앞서 <데인저러스 메소드>를 소개 했으니 연관 지어서 크로넨버그의 영화로 굳이 꼽아보자면 <폭력의 역사>를 들 수 있다. 금기에 관한 욕망을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 준 영화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한 ‘비고 모르텐슨’은 크로넨버그의 페르소나가 되어 폭력의 갑옷을 입는다. 그가 몰입한 캐릭터 ‘톰’은 과거에 폭력에 관한 화려한 전적을 가진 사람이고 그것을 숨긴 채 소시민으로 살아가다가 정체가 들통 나면서 다시 그의 감춰왔던 본성을 보여준다. 가정적이고 친절한 남자로 살고 있는 현재의 시간은 과거 킬러 ‘조이’의 시간과 만나면서 미래로 다가간다. 미래의 시간은 의리 따위는 없는 폭력의 본성만이 살아 숨 쉬는 무법천지이고 <이스턴 프라미스>라는 크로넨버그의 다음 작품으로까지 이어져 인간의 잔혹함과 냉정하고 싸늘한 욕망을 그만의 화법으로 훌륭히 표현해낸다.
법과 질서 그리고 개인의 욕망과 금기는 적절한 선상에서 서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어져 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일어나는 사건들...이를 테면 오원춘 사건이나 고영욱 사건 등을 보면 작게 혹은 크게 금기와 욕망에 관한 게이지 조절에 실패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직시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수위를 지키고 살지 않으면 얼마나 황폐한 결과들이 초래되는지 영화보다도 더 영화적인 현실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